여야가 국회 원구성을 놓고 난데없이 ‘청와대 개입설’로 앙금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하며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듣는 새누리당은 굉장히 언짢은 상황이다.
3일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어제(2일) 김도읍 새누리당 수석은 ‘집권여당으로서 청와대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다’면서 스스로 청와대와 접촉했음을 자인했다”며 “청와대는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손을 떼고, 새누리당은 당장 원 구성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청와대 배후설로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자꾸 이러는 게 누굴 기다리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면서 김도읍 수석이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지만 성실하게 교섭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가 사과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빠져라”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여당의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면 새누리당에서 수정 제안이 올 것으로 알았는데 꼼수니 야합이니 하면서 더민주의 뺨을 때렸다”며 “청와대가 배후에 있지 않고선 이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청와대 배후설로 대여 압박 전략을 수정한 것은 국회의장 자유투표 추진이 여론의 역풍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게 마치 야당이 담합해 자유투표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희 당에서는 자유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자유투표로 의장) 선출은 가능하지만 과연 국민이 그걸 원하겠냐”고 반문했다. 우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야당끼리 자유투표로 의장을 선출하는 걸 국민들이 달가워 하겠느냐”며 자유투표가 ‘전략적 레토릭(수사)였다’는 취지로 말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인했다.
새누리당이 이날 야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에 응하긴 했지만 계획대로 7일에 본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일은 원 구성 협상 마감일로, 여야의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며 극적인 협상 타결 없이는 20대에도 ‘지각국회’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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