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귀환한 뿌리의 리메이크작 역시 여러 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선 제작비가 약 5,000만달러(약 600억원)로 미국 드라마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원작 제작자의 아들(마크 월퍼)이 대를 이어 제작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주목되는 것은 왜 이 시점에 리메이크됐느냐는 논란이다. 흑인 대통령의 시대에 쿤타킨테의 부활이 공교롭다는 얘기다. 당장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재선까지 했지만 인종갈등은 더 악화된 현실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쿤타킨테의 노예생활은 이미 20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지만 ‘현대판 노예’가 전 세계적으로 4,500만명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은 5월31일 노예 상태로 태어났거나 성매매를 위해 납치된 사람, 빚을 갚기 위해 붙잡혀 있거나 공장·농장 등에서 강제노역하는 사람이 4,580만명에 달한다면서 나라별 노예지수를 발표했다. 노예 상태에 처한 사람 수는 인도가 가장 많았지만 인구당 비율로는 북한이 1위였다. 북한은 정부 대응에서도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CC등급을 받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 중에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한 나라로 평가됐다. 현대판 노예라는 계급갈등이 경제 양극화로 촉발된 ‘갑을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듯싶다. /이용택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