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병원·약국 등 의료기관에 의료 서비스 및 처방·조제 등의 대가로 지급하는 ‘의료 수가’가 내년 평균 2.37% 오른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 인상률이다. 건강보험료의 주된 인상 요인 가운데 하나인 의료 수가가 오르면서 건강보험료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 등 7개 의약 단체와 2016년 대비 2017년 수가 인상률을 2.37%로 합의하고 수가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1일 밝혔다. 수가 인상률은 2006년 3.5%로 정점에 달한 뒤 10여년간 매년 1% 후반에서 2% 초반대를 맴돌다 이번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병원 1.8%, 의원 3.1%, 치과 2.4%, 한방 3.0%, 약국 3.5%, 조산원 3.7% 등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보 재정이 5년 연속 당기 흑자를 기록한데다 누적 흑자 규모도 16조9,000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번 인상률 결정에는 의료기관들이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에 따른 수익률 악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사연 연구 용역 결과 지난해 의료물가는 전년 대비 2.2% 올랐다”며 “그동안 의료물가 상승률만큼 의료 수가가 오르지 않은 점 등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수가(초진 기준)는 1만4,860원으로 올해(1만4,410원)보다 450원 오른다. 이 가운데 환자가 부담할 금액은 4,400원으로 2016년(4,300원)보다 100원 인상된다. 한의원의 외래 초진료는 올해(1만1,820원)보다 340원 오른 1만2,160원이 된다. 환자 부담 금액은 3,600원으로 올해보다 100원 오른다. 건보공단은 이번 수가 인상으로 내년 건강보험 재정이 8,134억원 추가 투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의료 수가 인상과 맞물려 건보료도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건보공단이 수가 인상률을 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통보하면 건정심은 3일 소위를 구성, 이달 말까지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한다. 수가 인상률이 전년 대비 1.99%였던 지난해의 경우 건정심은 올해 보험료를 0.9% 올렸다.
현재 복지부는 건보 보장성·감염 관리 강화 등을 위해서는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를 올리지 않은 채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현재 쌓여 있는 건보 재정을 계속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누적 흑자 규모가 법이 정한 유보금 액수(약 24조원·6개월치 보험급여)에 못 미친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세종=임지훈·김민정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