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오는 9월부터 딸을 서귀포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공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 대표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치른 그가 자녀 교육을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제주도다.
과거에는 기계가 근육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기계가 두뇌를 대체하는 4차 혁명시대다. 인류 역시 생존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창의적 사고, 일명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CT)가 이뤄져야 한다. 알파고와 구글로 대변되는 4차 혁명시대에 최적화된 인구 구조와 두뇌 구조를 만드는 문제에 한창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우기 위한 코딩(coding)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자리가 몇백만 개씩 없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4차 혁명시대에 대한민국의 일자리, 나아가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세계 곳곳을 내 집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문제를 국가 과제로 집중해야 한다.
자녀의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제주도만의 지리적·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국제학교를 유치하고 영어교육도시를 조성해 한발 앞서간 제주도는 이제 4차 혁명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기술 수련 등에 대한 선(先)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고급 인력을 수용하고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또한 필수이다. 제주도는 대규모 투자사업의 계약조건에 고용인력의 80%를 제주도민으로 우선 채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신화역사공원 리조트 측과 취업 연계형 인재양성 프로그램 협약을 맺고 현재 1차 선발된 57명이 싱가포르에서 어학연수와 경영자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 제주에 돌아오면 초급관리자로 근무하게 된다. 이러한 원칙은 앞으로 23개 대규모 외국인 투자사업에 적용해나갈 것이다. 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 과정에서 고급 인재를 양성해 결과적으로 사업의 성과 또한 더욱 좋아지는 순환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립시킬 계획이다.
고급 인재 양성과 좋은 일자리 발굴 및 지원을 위한 제주도의 고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취업을 위해 제주로 이주하는 신풍속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제주 이주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처럼 ‘제주 취업 이주 열풍’도 가능하지 않을까.
원희룡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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