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시 ‘치고 빠지기’에 나섰다. 반 총장은 3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유엔NGO(비정부기구)컨퍼런스’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김종필 전 총리 면담, 안동에서의 서애 류성룡 선생 고택 및 경북도청 방문에 대해 사실상의 ‘대권 주자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해명이다.
반 총장은 앞서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고 그 다음 날인 26일에는 전직 외교장관 및 전·현직 외교부 인사들과의 조찬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발언이 과잉, 확대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관훈클럽 간담회에 대해 “그런 내용이 좀 과대·확대·증폭이 된 면이 없잖아 있어서 저도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이런 데 대해 많이 추측들 하시고, 보도하시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한 목적에 대해서는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면서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저는 아직도 (임기가) 7개월, 정확히 오늘로 7개월이 남았다. 제가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날 유엔NGO컨퍼런스 개회사에서는 “지금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농촌 및 사회경제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아프리카에 알리는 일에 전념하고 계신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유엔의 공식행사에서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소개한 것을 비롯해 이날 행사 직전 황교안 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별도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친밀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권과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주=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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