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야권에서는 연일 ‘김빼기’를 하고 있다. 그의 입국으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이 지펴지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반기문 총장이 대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되는 논리적 근거를 대는가 하면(박원순), 우회적으로 대선에 나서지 말 것을 주장하거나(송영길), 대권 주자로서 반 총장의 가치를 평가절하(민병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사무총장 퇴임 직후 회원국이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무총장 자신도 그런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결의를 1946년 1차 총회에서 채택한 것을 근거로 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으므로 유엔 결의문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날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반 총장) 개인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반 총장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자산인 만큼 퇴임 후에도 그런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오는 순간 국민의 절반이 공격할 것이 뻔하다”면서 “벌써 일부 외신보도를 인용한 공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국 태풍의 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한다는데 태풍의 눈일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대통령이 되려면 본인의 분명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모호하다는 점, 내년 5월 대망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금의환향이 어렵다는 점, 경제실정 책임자인 친박 실세(최경환)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점 등은 보수정권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일정마다 당내 인사들을 배치하며 반 총장과의 잇단 접촉에 나섰다. 당 일각에서는 반 총장을 사실상 당의 대선 후보로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안홍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당연히 나서야 한다”면서 “세계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의 10년 경험과 전 세계 정상들과의 인맥을 활용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부려 먹을 때”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반 총장은 아주 강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다. (권력의지가) 101%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나경원 국회 외통위원장,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은 이날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제주=노희영·박효정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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