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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무사안일이 부른 가습기 살균제 참극

옥시, 내부 혼란 등 이유로 흡입독성실험 실시 안해

檢, '기만 광고' 옥시 등 제조사에 사기 혐의 추가 의율키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를 초래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 출시 후 흡입독성실험을 추진하다가 끝내 실시하지 않은 것은 ‘무사안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레킷벤키저의 옥시 인수 등 회사 내부의 혼란 때문에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프리벤톨 R-80 이라는 원료물질로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제품을 생산하다가 2000년 10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원료를 바꿨다. 옥시는 제품 판매 시작 1개월 후 미국과 영국의 연구소에 PHMG의 유해성을 확인하기 위한 ‘급성 흡입독성실험’을 의뢰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두 연구소는 모두 ‘실험이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실험 의뢰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당초 옥시가 원가절감 등을 목적으로 실험하지 않은 것 아닌지 의심했지만, 앞서 프리벤톨 R-80을 원료로 사용할 당시 실시했던 급성 흡입독성실험 비용이 800만 원에 불과했던 점에 미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대표는 2001년 옥시가 레킷벤키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2001년 4월 외국인 F씨가 새로운 대표로 내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험 진행을 중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새로 회사를 꾸려갈 옥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F씨는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3개월 만에 “한국 생활이 힘들다”며 떠났고, 떠났던 신 전 대표가 다시 돌아와 대표직을 수행하게 됐다.

하지만 신 전 대표가 돌아온 후에도 중단됐던 실험 의뢰는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수개월 간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굳이 뒤늦게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당시 레킷벤키저 인수에 따른 연구소 통·폐합 등으로 회사 내부가 혼란스러웠던 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사안일함과 무책임함이 겹쳐져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쪽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무사안일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옥시와 홈플러스, 세퓨 등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 및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기존 혐의 뿐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를 광고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무해하다’, ‘아기에게도 안심’ 등 문구를 사용했는데, 실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제품의 무해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마치 인체에 무해하다는 실험을 거쳤다는 듯 표기를 했다”며 “통상 거래 관계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서 신의성실의 의무·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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