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두른 작은 집안에 부부가 마주 앉았다. 담 위로 뻗어 올라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피어난 매화 꽃봉오리, 그 사이를 노니는 새들이 충만한 행복감을 대신 전한다. 뜰에는 온갖 화초가 가득하고 병아리와 강아지·노루도 뛰어다닌다.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는 어디든 갈 수 있을 듯 자신만만하고 주인장이 좋아하는 골프채와 온기 가득한 장독대가 여유롭다. 저 멀리 만선의 꿈을 안고 나서는 어선도 보인다. 서울의 교수직도 버리고 1991년 제주로 떠난 이왈종(71)의 ‘제주 생활의 중도’다. 작가는 26년째 같은 주제, 동일한 제목으로 작업하면서 화사한 색감과 명랑한 이미지로 보는 사람을 진정시키고 미소 짓게 만든다. 서울에서는 4년 만인 그의 개인전이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개막해 6월12일까지 열린다. 어쩌면 이토록 한결같을 수 있을까 싶은 ‘왈종표’ 작품들이 총출동했다. 치우침 없는 평정심을 추구하는 ‘중도’가 작가의 몸에 밴 일상의 삶 속에서 나온 터라 사람도 그림도 늘 똑같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같은 풍경을 반복적으로 그린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를 이에 빗대며 “아주 미묘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살려내는 경험적 속내”라 했다. 현대적 풍속화를 구현하는 작가의 필력은 근작에서도 여전하지만 꽃 무더기나 수풀 속에 심심찮게 숨겨두곤 하던 뒤엉킨 남녀의 ‘춘화’는 줄어들었다. 골프마니아인 작가는 “골프는 인생의 축약이고 내기골프는 전쟁”이라고 말하곤 한다. 애착을 갖고 그리는 그의 골프 그림은 웬만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는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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