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중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버티고 있는 서울 광진을은 그간 새누리당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지역구였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리턴 매치에 나선 정준길 후보를 내세워 ‘새 사람으로 바꾸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광진을은 대학교가 두 개(건국대, 세종대) 위치해 있고, 서민층과 20·30대 젊은 부부들이 많은 지역이다. 또한 호남 출신 지역민들이 많아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더민주 최고위원인 추미애 후보는 이곳에서 4번(15·16·18·19대) 당선된 터줏대감이다. 이번에 또 한 번 승리하면 여성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지역구 5선’에 성공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55.1%의 지지율로 압도적 표심을 확인했던 추미애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 후보 분열과 새누리당의 맹추격으로 결과를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 이 지역구에는 동교동계 출신 황인철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해 야권표 일부를 잠식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38.9% 지지율로 패배했던 정준길 후보는 이번 총선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이곳 지역구에 포함된 서울 광진구 구의동·자양동·화양동에서 만난 주민들 분위기는 어느 한 쪽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였다. 자양동 노룬산시장에서 만난 분식집 주인 박모(여, 54)씨는 “여자 정치인이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호감”이라며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남 출신이라고 밝힌 70대 문모씨는 “국민의당과 합해서 후보가 나왔어야 했는데, 이래서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모(74)씨는 “지난 선거에서는 추미애 후보를 뽑았는데 동네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며 정준길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건대입구역 앞에서 만난 정준길 후보는 “추 후보 쪽은 적극 지지층이 많지만 우리는 지지는 하는데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보통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이곳은 투표율이 높으면 내가 이긴다”고 전망했다.
추미애 후보 측은 이 지역을 ‘접전 지역’으로 분류하는 자체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추 후보 캠프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도 그렇고, 이 곳은 접전 지역이라고 볼 수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추 후보 측은 이날 서울 광진구 화양동 화양골목시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접전 구도’로 기사가 나가는 것이 추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YTN·엠브레인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추 후보가 45.0%로 32.1%에 그친 정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인 12.9%포인트 앞섰다.(1~3일, 유권자 5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포인트) 반면 3월31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추 후보(33.7%)와 정 후보(33.5%)의 격차는 고작 0.2%포인트 차 초접전이었다.(3월29일, 유권자 529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3%포인트) 시민일보·리얼미터의 지난달 23일 조사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35.0%)가 추 후보(32.7%)를 오차범위 내인 2.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3월21~22일, 유권자 51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3%포인트)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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