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영 군 남매는 지난 2013년 5월 계모가 집에 오면서부터 학대를 받았다. 늘 배고픔에 시달리던 아이들은 지역 아동센터를 자주 찾았고 남매의 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 아동센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남매의 학대 사실을 알리고 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부모의 거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12일 경기지방경찰청과 지역아동전문보호기관 등에 따르면 원영 군의 가정 학대가 최초로 신고된 것은 2014년 3월이다. 당시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아동보호기관이 경찰의 동행을 요청하거나 부모가 거부하면 자녀를 강제로 격리할 권한이 없었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시행됐다. 특례법에 따르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현장을 조사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모와 아동을 강제로 격리할 수 있다.
그러나 특례법이 있더라도 집에 감금된 채 폭행을 당하는 경우에는 학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이웃들이 설령 이상한 점을 발견했더라도 신고로 이어지는 것 역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원영 군이 욕실에 갇힌 석 달 동안 이웃들은 원영 군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신원영 군의 누나 신모양(10, 여)는 약 1년전부터 경기 평택에서 친할머니와 둘이 지내고 있다. 신양은 동생 신원영 군 실종사건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 지난 4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그간의 학대 사실을 털어놓았다. 학교와 보호기관은 신양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아동학대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신청하지 않는 가정까지 학대 여부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육료, 양육수당을 받으면서 학대를 가하는 가정 등 감시망의 허점이 여전히 존재해 정책보다는 주변의 관심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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