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많은 기업이 정보기술(IT)에서 비롯된 혁신을 기존 사업과 접목해 앞서 나가려 시도한다. 인터넷전문은행·자율주행차·드론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 경영자에게 테크놀로지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은 생전 처음 보는 상대다. 과거 어떤 방식도 안 먹힌다. 이 와중에 '디지털 네이티브' 들이 속속 새 비즈니스를 들고 등장해 우리 회사의 사업을 갉아먹기까지 하니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디지털 경제의 강림은 기업에는 위협이자 기회다. 제품·서비스·기업 운영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는 중이다. 주춤하다가는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
그래서 고뇌에 빠진 경영자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있다. 진짜 최고 정보관리 책임자(CIO), 선제적인 CIO다.
우리 기업 문화에서 CIO는 아직 제대로 된 권한과 책임을 갖지 못했다. CIO는 전략을 짜는 과정의 핵심 멤버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낸 계획과 전략을 구현하는 역할로 여겨진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CIO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져야 한다. CIO는 기업 전체의 혁신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사람이자, 그것이 잘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진행자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CIO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고 그것을 감당할 사람이 있지 않다면 당장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CEO는 CIO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기업문화에서 CIO가 선제적으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CIO에게도 전략이 필요하다.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첫째, 경영진이 IT에 대한 논의를 하도록 먼저 치고 나간다. 경영진이 '보고를 하라'고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논의할 사안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준다. 필요하면 마케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경영진이 IT 기술에 대해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라.
둘째, CIO는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데이터 관련 사고나 쟁점이 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으면 경영진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라. 반복된 '학습'을 통해 임원들은 IT와 관계된 진짜 리스크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셋째, 결국 모든 것이 소통의 문제다. CIO는 우리 회사의 IT리스크가 통제·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임원들에게 줘야 한다. 정기적으로 IT 현황 보고서를 만들어 테크놀로지 관련 혁신의 목적, 진행상황, 발생한 문제들을 남김없이 공개하라.
어차피 디지털 세상은 왔고 기업은 도망칠 곳이 없다. CIO가 일할 토양을 만든 기업만이 IT가 만들어 내는 가치를 누릴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