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만난 이 부장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근무를 시작해 기상청 공무원 생활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부장’이라는 직책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그는 28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외수치예보 모델의 한국화, 한반도 강우 분석 및 예측 등의 업적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기상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기상청 업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공직사회 특유의 문화는 아직까지 다소 생소한 듯 했다.
이 부장은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대해 창의적·도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본인 역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이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수시로 직원들에게 “같은 일을 일류기업에서 하는 것과 공직사회에서 하는 것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지를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말라는 의미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조직 간 역할·업무를 구분하는 ‘칸막이’ 문제를 꼽았다. “법·제도를 준수해야 하는 공직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연구부 안에서 협업을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조직 간 정보만 공유하는 수준에서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제도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며 인사혁신처가 추진 중인 전문직제 도입과 같은 개선방안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전문직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수는 없지만 기술·경험 등의 전문성이 필요한 조직에는 부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1945년생으로 지난해 70대에 접어든 그가 기상청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사혁신처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그는 “기상청에 근무하는 후배·제자의 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 자리는 민간인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직위로 지정됐기 때문에 내부승진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일단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보수와 직책에 연연하지 않는 기상학 대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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