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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대국으로의 부상은 한자의 부활이기도 하다고 책 '지하철 한자여행 2호선'의 저자는 말한다. 지금은 획수를 축약한 간체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어가 한자이기 때문이다. 즉 한자를 통해 한국인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한자공동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한자를 공부할 것인가. 사서삼경을 배우고 시문을 공부해야 할까. 일상생활에 바쁜 일반인들이 그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재미있게 한자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서울시민이라면(그리고 서울을 방문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타게 되는 지하철을 활용해 한자를 배우는 방법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자는 2014년 '지하철 한자여행 1호선'을 펴냈고 이번에는 '2호선'을 찾았다.
저자는 한자로 된 지하철 2호선 역 이름을 재미있는 일화나 역사적 사실을 들어 풀이하고 있다. 저자의 사유는 한발짝 더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동북아 역사이야기 전체로 확대된다.
지하철 2호선의 '뚝섬역'은 왜 '뚝섬'일까. 사서에는 낯선 이름이 등장하는 데 바로 '독도(纛島)'다. '독(纛)'이라는 글자는 커다란 깃발을 말하는데 즉, 지금의 뚝섬 인근은 조선 군대의 연병장의 역할을 했는데 이곳에 벌어지는 군사훈련을 보려고 국왕이 행차했고 그 행차를 알리는 깃발이 '독'이었다는 것이다. 임금이 자주 이곳을 찾으면서 뚝섬은 '임금의 깃발이 닿는 섬'이라는 의미의 '독도'로 쓰다가 어느 순간 발음하기 쉬운 우리식의 뚝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2호선을 애용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끼고 개개 역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뜻 깊을 듯 싶다. 무심코 지나쳤던 역명이 역사 속에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아울러 한자 실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한다. 1만3,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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