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함이 남중국해 인공섬 해역을 통과하면서 촉발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확전을 막기 위해 양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긴급 군사회담을 열어 남중국해에서 서로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일으키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군사훈련 강화 등 각국의 입장을 고수하며 한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실탄 군사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해군은 실탄을 사용해 남중국해 중국 영해에 침입하는 적군 함정을 방어·공격하는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사실상 인공섬 해역에 접근하는 미 함정 등 타국 군함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해군력을 증강하며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해군 소속 항공병부대가 남중국해의 한 기지에서 전투기에 유도미사일을 장착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광저우군구 공군도 항공병부대와 함께 조만간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 '리젠-2015' 실병 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2일 '미중 간 투트랙 고위급대화' 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에 "중미 양국은 상호 간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양자관계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한 뒤 중요한 공동인식을 달성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은 정기적으로 인공섬 해역 항행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2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해군은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 이내 해역을 분기당 두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항행할 것"이라며 "그 정도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정기적이라고 할 만한 횟수"라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정기 항행은 국제법에 따라 우리의 권리를 정규적으로 행사하고 중국과 다른 국가에 미국의 관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도 3일 베이징대 강연에서 "미군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언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남중국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국제 공해와 공역은 모든 이에게 속한 것으로 어느 한 국가에 지배권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충돌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핫라인 설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문제는 3일부터 열리는 제3차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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