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해제로 원유시장 복귀를 앞둔 이란이 다음달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공식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저유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산유국들은 이란의 증산계획으로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 예상폭이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할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10월31일(이하 현지시간) 석유부 자체 매체인 샤나통신에 "오는 12월4일 열리는 OPEC 장관급 회의에서 최소 일일 50만배럴 증산을 공식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장게네 장관은 "이번 OPEC 회의에서 이란의 증산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며 "이란은 OPEC 회원국이 합의한 생산 할당량을 존중하지만 원유 증산을 위해 다른 나라의 결정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이란 내 유전의 생산 능력을 평가해본 결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는 즉시 늘릴 수 있는 산유량은 최소 50만배럴"이라며 "이르면 내년 3월20일에는 하루 100만배럴을 더 생산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란의 산유량은 일일 280만배럴 안팎이다. 장게네 장관은 "아시아가 원유수출의 최우선 시장"이라며 "유럽·남아프리카도 새로운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예외가 인정된 한국·중국·일본·인도·터키 등 5개국에만 일일 10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된 산유국에는 이번 이란의 증산계획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원유수출국인 사우디는 고유가 시절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에 저축해둔 자금을 회수해 써야 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국제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0일 세계 1위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S&P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였던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올해 1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1일 내놓은 지역경제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5년 안에 사우디의 국가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내년 재정적자 증가분을 국부펀드에서 인출하기로 했다.
글로벌 원유 업체들도 저유가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원유업체인 셰브런은 30일 6,000∼7,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원 시기와 지역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감원계획이 현실화되면 지난해 말 기준 6만4,700명의 셰브런 글로벌 직원 가운데 10%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셰브런이 감원을 결정한 것은 저유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셰브런이 발표한 3·4분기(7∼9월) 실적은 순익 20억4,000만달러(주당 1.09달러)로 1년 전(56억달러)의 36% 수준에 그쳤다. 총매출은 37% 떨어진 343억달러였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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