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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화장품 가격은 얼마?
입력2004-11-25 16:51:04
수정
2004.11.25 16:51:04
생활산업부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매번 화장품을 살 때마다 적당한 돈을 주고 샀는지 의문이에요.”
한 20대 직장여성의 말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값이 적절한지 믿을 수 없다고 전한다. 아무리 유통매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똑같은 제품이 매장에 따라 몇 천원씩 차이가 나는 건 기본이고 인터넷 쇼핑몰과 비교하면 심지어 1만원대 이상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화장품 제조업계에 유통망 변혁, 초저가 화장품 돌풍이 일면서 의문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형 화장품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화장품 전문점을 ‘브랜드숍’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당위성을 강조하며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화장품 전문점에서 판매원이 고객에게 권한 상품은 대부분 해당 점포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들이었다”면서 “고객의 피부유형이나 실제 화장품 성분은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화장품 전문점이 비록 지금은 브랜드숍에 밀려 찬밥신세지만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가장 큰 시판매장 중 하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초저가 화장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공격하면서 “특별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일반적인 스킨제품은 1,000원 이하면 만들 수 있다”면서 “한방소재 등 피부에 좋은 고급성분이 함유되면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가냐는 질문에는 “연구원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공개할 수도 없다”면서 한 발짝 물러났다.
화장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 비율을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제품 이름에도 등장하는 주요 성분의 비율 정도는 밝힐 수 있지 않느냐며 재차 묻자 “아주 조금 들어간다”며 말끝을 흐렸다. 고급 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자사 제품은 고급이고 다른 회사 제품은 저질이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소비자 혼란의 책임이 유통업체들의 무책임한 경쟁 때문이라는 화장품 제조업체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화장품업체 스스로 강조하듯 화장품의 생명은 브랜드 관리이며 그에 대한 영광도 책임도 온전히 화장품 제조회사의 몫이다.
이제 화장품 제조업계가 그동안 ‘소비자 혼란을 야기했던 원흉’이라며 비판해왔던 시판 유통망에 직접 뛰어든 만큼 예전과 다른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길 기대한다. 동시에 그동안 소비자 혼란의 책임을 떠넘겨왔던 ‘동네북’ 시판 유통망은 더 이상 없다는 것 또한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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