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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나잘해 부장(46)은 3년 전 주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충고에 집 주변 실외연습장을 등록했고, 큰 맘먹고 한 달에 30만원 가량 되는 개인 레슨도 신청했다. 골프채도 500만원 되는 최신형 풀세트를 구매했다. 볼, 장갑, 골프화 등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최고급 제품도 마련했다. 처음엔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진도도 빨리 나가고 레슨 프로의 칭찬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1개월쯤 지나자 자신감이 붙었다. 강사도 “자세 좋습니다. 힘만 빼시면 되겠네요”라며 별다른 지적 없이 지나갔다. 레슨 세 달째, 드디어 골프장에 나갔다. 최고급 사양의 제품은 단연 동반인의 부러움을 샀다. 산뜻한 마음으로 첫 티샷을 날렸는데 공은 심하게 오른쪽으로 굽더니 숲으로 사라졌다. 잠정구를 때렸지만 결과는 같았다. 아이언 샷은 다르려니 했지만 3번 중 1번은 뒤땅을 내리쳤고, 1번은 윗머리를 때려 떼굴떼굴 굴러갔다. 동반인들은 “손목이 너무 돌아간다”느니 “다리가 빨리 열린다”느니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후반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드라이버는 심하게 슬라이스가 났고, 아이언은 탄도만 높았지 거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번엔 동반인들이 “클럽이 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나부장은 모든 게 화가 났다. 레슨 프로는 대충대충 가르친 것 같았고, 클럽은 성능도 안 좋으면서 비싸기만 한 것 같고, 6개들이 한 세트에 8만원인 골프공은 이유 없이 바가지를 씌운 것 같았다. 나부장은 3년 만에 싱글 골퍼로 거듭났지만 지금도 자신의 좌충우돌 입문기만 생각하면 씁쓸한 웃음이 난다. 돈만 많이 썼을 뿐 성과가 남들보다 못 했다. 나부장은 초보 골퍼들을 볼 때마다 자신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나부장이 전하는 골프 입문요령 5계명은 다음과 같다. ◇실내연습장에서 시작하라= 골프채를 휘둘러본 적이 없는 ‘생초보’라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실외연습장의 전문강사에게 레슨을 받을 필요가 없다. 기본 자세는 집 혹은 회사 주변의 실내연습장에서 부분적인 조언을 받으며 자주 연습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헬스클럽과 함께 운영되는 실내연습장은 한 달에 10~15만원이면 골프를 배울 수 있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과 더불어 실내연습장은 초보자의 금기 사항을 막아준다는 장점도 있다. 실내연습장에선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헤드업(head-up)을 방지한다. 스윙을 하면서 날아가는 공을 보기 위해 머리를 들어올리면 미스 샷을 할 가능성이 높아 헤드업은 중요한 금기 사항 중 하나이다. 또 실외연습장과 달리 주변 사람을 의식해 비거리를 늘리려는 욕심도 막아준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주면 자세가 흐트러질 뿐 아니라 근육통 등 부상을 입기 쉽다. ◇실외 연습장에서 가다듬자= 실내연습장에서 3~6개월 가량 연습했다면 실외 연습장에서 실전 대비 연습을 하는 게 좋다. 풀스윙 단계에선 공의 방향과 비거리를 측정해보고 전문 강사와 상담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실외 연습장 단계를 뛰어 넘고 바로 골프장에 간다면 아웃오브바운즈(OB)로 사라진 공 찾느라 헤매는 불편한 라운드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 전문강사는 신중하게 찾는 게 좋다. 초보 단계에선 실내연습장에 소속된 세미 프로에게 배우면 통상 큰 문제가 없지만 스윙을 가다듬고 문제점을 교정하는 단계에선 강사의 가르치는 능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강사에게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첫 골프채는 중고로= 수영을 처음 배운 사람이 고가의 폴리우레탄 재질 전신 수영복을 사서 입는다면 부러움보다는 비웃음을 살 것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프로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골프채를 초보자가 덜컥 구입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초보 단계에선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만약 클럽이 자신에게 맞지 않을 경우 땅을 치고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 초보자의 경우 다른 사람이 쓰던 골프채를 받아 쓰거나 중고클럽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 주요 골프매장에서 판매하는 중고클럽은 상태, 인기도, 출시연도 등에 따라 A~C급으로 나뉘는데, 최고 상태인 A급도 정가의 50% 정도로 저렴하다. ◇골프 용품도 욕심내지 말자= 골프화, 골프공, 모자, 보스턴백, 티, 장갑, 볼마커, 디보트 수리기 등 골프를 시작하면 구매해야 할 용품도 적지 않다. 초보자라면 용품도 굳이 고급 사양의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골프공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저가 용품이면 충분하다. 초보 시절엔 공을 치는 데 급급해 2피스, 3피스 등 공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할 뿐더러 골프장에 나가면 숲이나 해저드로 날려버려 잃어버리는 게 부지기수다. 소모품인 장갑도 비싼 양피가죽 대신 인공가죽이나 합성피면 충분하고, 그린에서 볼을 표시하는 볼마커도 없다면 100원짜리 동전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신발은 인터넷 홈쇼핑 등에서 10만원 안팎이면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신발의 경우, 골프 양말이 두꺼운 데다 5시간 이상의 라운드를 해야하기 때문에 운동화 사이즈보다 5mm 가량 큰 걸로 고르는 게 좋다. ◇골프복장은 편하되 예의에 맞게=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이다. 요즘엔 많이 느슨해졌으나 아직 드레스 코드가 존재한다. 반바지와 깃이 없는 라운드 티셔츠는 피하는 게 좋다. 활동성이 떨어지는 청바지와 양복바지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비싼 골프용 의류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 움직이기에 편한 셔츠와 면바지 정도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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