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억 인구를 대표하는 EU의회 선거는 우파 계열의 승리로 끝났다. 유럽은 그동안 좌파가 강세를 보여왔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파는 좌파의 실정을 딛고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혁명을 팝니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조지프 히스 캐나다 토론토대 철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노'라고 대답한다. 시장만 있으면 모든 게 잘 돌아가게 돼 있다고 주장하는 우파는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해 전체의 복지는 외면해 온 사례가 역사를 통해 거듭 증명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진영은 경제를 단지 '돈'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집단 즉, 생존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대변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좌파는 경제회복의 대안을 갖고 있을까. 히스 교수는 여기에 대해서도 '글쎄'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급진적 이론가들은 경제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수파가 자신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논거를 내 놔도 좌파들이 제대로 지적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파들이 탄탄한 논리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게 된다. 경제학자가 아닌 저자가 책 한 권으로 경제학을 풀어놓은 이유는 '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고 좌ㆍ우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경제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다. 저자는 현실 경제에서 우파와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시장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우파를 향해서는 "프리드리 하이예크가 말한 자생적 질서만으로 전원이 행동을 취하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그래서 정부의 '보이는 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적 산물이 아니라 아주 정교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우파의 자유방임주의는 잘못된 논리라고 공격한다. 우파의 논리를 간파하려면 먼저 다윈의 '적자생존'의 허점을 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적자생존 논리를 현실에 옮겨 경쟁구조와 승자의 경쟁력을 종용해 사회적 부적응자가 도태돼 사회적인 문제를 양산해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국가는 기업처럼 이윤만을 창출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조직이 아니라는 말이다. 좌파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도 날이 서 있다. 가격을 통제해 사회정의를 추구하려는 경우 분배정의의 효과를 낳지 못하고, 자원배분에 낭비를 일으키는 비효율을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한다. 가격통제로 인한 가격왜곡은 전기낭비 등 불건전한 반응을 조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윤추구를 비난하는 좌파들에 대해서는 "돈 버는 일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좌와 우가 저지르는 오류의 지적을 통해 경제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좌파는 우파의 경제적 오류를 지적할 만큼 탄탄한 논리로 감시와 견제의 눈초리를 늦춰서는 안되고, 세상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또 우파는 시장만능주의에만 몰두하기 보다 경제의 주체인 인간을 먼저 생각하라'는 게 저자가 하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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