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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조각가 배형경(55)은 고집스럽다. 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조각 분야에서, 그 안에서도 비주류인 구상조각, 그것도 인체 조각만 30년간 고수했다. 여성 작가가 큰 규모의 조각작업을 해내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까지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조각 전문 미술관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그를 ‘2010 오늘의 작가’로 선정하고 15일부터 개인전을 시작한다. 배형경이 일생을 건 일관된 주제는 ‘사람’이고 ‘인간의 관계성’이다. 로댕과 자코메티의 영향을 받아들인 그는 서양 표현주의와 동양 불교 조각의 요소를 받아들여 독특한 그만의 작업을 전개한다. 최열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배형경은 한국 표현주의 조각의 영역을 고수하면서도 본래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 독보적인 여성작가”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감상하기 쉽지만은 않다. 눈이 없는 인물, 팔을 늘어뜨리거나 고개를 떨구고 고뇌하는 인물은 다소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마저 감돈다. 누구인지는 물론이거니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인간의 원초적 모습이고 그 안에 삼라만상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체 사이에 설치된 막대기는 인간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했고 눈을 뜨면 눈 앞의 하나만 보기 때문에 눈을 없애고 내면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것’, ‘떠돌아다니는 것들’이라는 제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석굴사원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비롯해 미발표 신작 30여점이 다음 달 11일까지 전시된다.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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