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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문에 휘말려 문 조차 열지 못한 18대 국회가 다음 주중 정상화와 파행 장기화의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벼랑 끝 대치 중인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개원의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 공감대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야당이 핵심 등원조건으로 내건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등에 대해 양당이 아직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양측간 협상이 조만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다음주가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사과를 한데 이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한미 쇠고기협상도 사실상 타결된데다 야당 내에서도 등원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언론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정부의 추가 협상 결과와 그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보면서 국회의 역할을 찾아 보자고 내가 제안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생각해 보자고 답했다”며 “등원 문제에 있어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이 결단하면 즉시 국회 문을 열 수 있으며 개원하는 대로 국회의장 선출과 함께 쇠고기 특위 설치 등을 통해 현안에 대응해가면서 별도로 원 구성 협상에도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당 협상 채널은 아직 기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으로부터 포괄적 실무 협상권한을 위임 받은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저쪽(한나라당이) 입장 변화 없이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성토한 뒤 “오늘은 물론이고 이번 주말에도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 역시 “한나라당이 (쇠고기 검역주권 확보를 위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민주)당내 강경기류가 높아지면서 등원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도 가축법 개정에 대한 전향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양당간의 극적인 화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임 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경제의 현안 설문에서 “국민이 원하면 가축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후보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공성진 의원, 김경안 전북도당 위원장도 조건부 가축법 개정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가축법 개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외교 성과를 부정하는 것인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민생현안 처리를 명분으로 개원을 밀어 붙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주 부대표도 이와 관련해 기자와 만나 “현재로서는 단독 개원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야당이 계속 명분 없이 등원을 거부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개원을 밀어 붙일 경우 야당 중에선 자유선진당이 동참할 수 있음을 시사해 민주당으로서도 상당한 압박요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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