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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릴 것이다.” 10여년 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한 말로 그의 천재경영론은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수많은 천재들…. 이 전 회장의 말처럼 이들은 모두 창조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천재라는 존재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늘이 내린 재능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수재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 그렇지만 저자 리처드 오글은 오늘날 ‘창조’라는 단어는 더 이상 천재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천재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나 마음 먹으면 창조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창조적 도약을 이룬 천재나 거장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지식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아이디어 네트워크는 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화ㆍ기술ㆍ사상 등 총체적인 지식의 결정체. 좀더 쉬운 예로 설명해 보자.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어느날 갑자기 그의 천재적인 두뇌에서 완성된 게 아니라 파리 트로카데로 원시미술관에서 접한 아프리카 미술의 영향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화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하던 피카소는 아프리카 가면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이를 입체파 회화로 승화시켰던 셈. 또한 프랑크 게리가 건축에 과학과 미술을 접목시킴으로써 획기적인 건축물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들어 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수많은 도약들은 천재의 개인적 성취라는 게 그간의 통념이었다면 리처드 오글은 “사실 이미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들이 서로 연결되고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창조적 도약이 가능했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저자는 성취를 이룬 천재들에게 상상력ㆍ직관ㆍ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특히 지식경제가 창조경제로 빠르게 바뀌어가는 오늘날, 창조적 도약을 이해하는 일은 더욱 중요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분야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당부다. 창조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지식이 충돌ㆍ융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창조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도록 타인들을 관리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라고 덧붙인다. 독자들은 ‘스마트 월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급진적인 아이디어ㆍ트렌드ㆍ제품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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