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2일 대국민 담화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국정 난맥에 대한 사과와 함께 목전의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비준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TV로 중계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이 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제 탓”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고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할 정도로 ‘진정성’을 담는 데 노력했다. ◇FTA 조기 비준 호소에 방점=그러나 이날 담화는 한미 FTA 조기 비준 호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대통령은 불과 며칠 남지 않은 17대 국회 임기 내 한미 FTA 비준을 하지 못할 경우 한국과 미국 정부의 의회 시스템의 차이에 따라 FTA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의 배경도 쇠고기 파동이 더 이상 한미 FTA 비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새 정부 들어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첫 사업인 FTA가 좌절될 경우 앞으로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FTA 비준이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또 소모적인 논쟁을 통해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17대 국회에서 무려 59차례의 심의와 공청회ㆍ청문회 등을 여러 차례 거쳤던 한미 FTA가 쇠고기 파동으로 좌절할 경우 국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FTA 비준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을 상대로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 연장 가능성에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한미 FTA 비준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그런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소통행보 이어진다=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한 만큼 앞으로 소통행보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다른 야당 대표들과의 면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5일 제18대 국회 개원연설을 하고 취임 100일(6월3일)을 전후해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전날 한반도 대운하의 궤도수정 방침을 시사한 것도 비슷한 취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기존의 물길 정비를 먼저 하고 물길을 잇는 공사는 나중에 하는 단계별 추진방침으로 한발 물러선 것은 결국 대통령 자신의 고집보다 국민정서를 우위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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