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A씨는 운전 중 대포차(실제 소유자와 등록자가 다른 차량)와 충돌 사고로 숨졌다. 상대 차량 운전자는 면허도 없이 술을 마시고 사고를 냈다. 차를 몰 때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도 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고 사고로 인한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는 유가족이 모두 떠안았다.
최근 들어 대포차를 이용한 범죄 악용 사례가 늘어나자 서울시가 '자동차 번호판 통합 영치 시스템'을 개발해 오는 4월부터 대포차 의심 차량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19일 발표했다.
시는 4월부터 새 시스템을 장착시킨 폐쇄회로(CC)TV 차량과 현장 단속용 스마트폰을 통해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차의 번호판을 떼어 낼(영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6개월 이상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3회 이상 정기검사를 누락한 차량, 6회 이상 자동차세를 미납한 차량, 압류ㆍ저당권이 많은 차량 등을 대포차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서울 25개 자치구가 따로 갖고 있던 번호판 영치(회수) 대상 차량 정보를 한데 모았다. 지금까지는 구별로 차량 정보가 따로 관리돼 각 구청 교통단속반이 다른 자치구에 등록된 번호판 영치 대상 차량을 파악할 수 없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시스템은 또 번호판 영치 대상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해 단속원에게 알리는 기능도 갖췄기 때문에 단속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대포차는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 추적할 수 없다 보니 보험 가입이 안돼 있고 자동차세나 속도 위반 과태료도 내지 않는다"며 "번호판 영치 대상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대포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공공시설과 공영주차장에 있는 CCTV에도 새 시스템을 탑재하고 다른 시ㆍ도와 차량 정보를 공유하는 등 대포차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97만대의 대포차가 있고 그중 서울에 18만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의무보험 미가입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이를 일괄적으로 대포차로 해석하는 것은 무고한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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