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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하는 몸·생명을 품은 몸… 인간 생식의 뿌리를 찾아서

■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로버트 마틴 지음, 궁리 펴냄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0억 년이 넘은 일이지만, 인간이 생식세포를 발견한 것은 불과 400여 년 전. 심지어 학문으로서 생식생물학이 인정받은 것은 최근 50여 년 사이다. 매일 360만여 명의 아이가 태어나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게 더 많다.

이를테면 성인 남성이 한 번에 2억 5,000개의 정자를 방출하지만, 난자를 수정시키는 것은 오직 한 개의 정자다. 여성의 생식관을 따라 정자들이 이동하고 이를 여과하는 기제가 있을 테지만, 우리는 자궁 목(경부) 부위에서 분비된 점액이 형태가 뒤틀린 정자를 제거한다는 정도밖에 모른다.

영장류의 진화와 생식, 그리고 생물인류학 연구자인 로버트 마틴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 성 세포의 진화 시점에서부터 되짚어간다.

왜 정자는 난자보다 작고, 하나의 난자를 수정하는 데 2억여 개의 정자가 필요한가.

나아가 여성의 주기적인 생리와 임신주기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과 입덧의 원인을 진화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오랜 기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인지, 산모의 고생스러운 모유 수유의 장점이 무엇인지 밝힌다. 또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출산을 촉진하거나, 반대로 산아 제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한다. .



책은 우리가 그간 상식적으로 알아온 것과 다르거나, 모호했던 내용을 다양한 사례와 통계로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정자는 자궁 속에서 최소 8시간까지 수정 능력을 잃지 않고, 닷새까지도 살아남는다. 당연히 생리주기에 맞춰 가임기 관계를 피하는 소위 '주기 피임법'은 큰 의미가 없다.

이 피임법을 시행한 여성 중 20~25%가 임신하고, 간혹 건강하지 않은 정자·난자의 수정으로 유산 가능성까지 늘어난다. 그럼에도 로마 가톨릭의 승인을 받았던 피임법이기에 '바티칸 룰렛'이라는 경멸적인 말로 불릴 정도다.

또 늦여름은 정상적인 정자 수 비율이나 운동성에서 최적의 상태를 보이는 계절로, 이는 출생률이 봄에 높은 것이나 시험관 수정 시술 성공률로도 증명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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