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은 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만큼 철저하게 책임소재를 파헤치고 기득권도 모두 내려놓는다는 각오로 근본적인 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 13석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 툭하면 부정선거나 여론조작을 일삼고 끝까지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진상조사위의 허술한 발표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면서도 명확한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은데다 부실과 부정이라는 말을 뒤섞어 물타기식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일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아 진정성조차 의심된다.
부정과 관련된 1~3번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직접적인 부정개입 여부를 떠나 당의 운명이 걸렸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만큼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책임 있는 처사다. 심각한 부정선거로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다면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에게 정직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차제에 온라인과 현장투표를 중심으로 한 현행 선거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직접투표가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구조적으로 부정선거의 유혹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등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투표소마다 참관인을 둘 수 없다거나 특정인의 성향에 따라 득표율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은 일찍부터 제기된 문제점이다.
진보당은 이번 부정행위가 특정 정당 차원을 떠나 한국 정치판 전체의 수준을 더럽힌 창피한 일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고 깊이 자성해야 한다. 겉으로는 진보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썩어가는 두 얼굴의 위선을 털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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