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업체나 길거리 대리점은 새 휴대폰이 나가지 않는다며 아우성친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판매부진 원인이 극심한 소비침체도 있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다시 헐값에 새로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탓이 더 크다. 감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학습경험을 지워버릴 묘안을 찾느라 바빠졌다.
최근 ‘17만원짜리 갤럭시S3’논란에 빌미를 제공한 통신사들이 잠시 동안 문을 닫도록 강도 높은 처벌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예 이 참에 통신서비스와 휴대폰 소매시장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뜯어 고치자는 거창한 담론이 나오고 정치권에서는 휴대폰 보조금을 출고가격의 3분의1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개정안도 내놓았다.
이를 보는 상당수 소비자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통신사 보조금 행태가 못마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받을 혜택은 문제될 게 없다’는 모순된 사고다. 불법 보조금이 제값을 주고 사는 소비자를 차별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데 가장 큰 위법성이 있는 데도 자신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불황의 그늘에서도 국내 휴대폰 시장은 갖가지 소비현상들이 얽혀 작용하고 있다. 학습효과는 물론이고 대중이 사는 제품을 무작정 따라 구매하는 밴드왜건 현상, 그리고 제품 값이 올라갈수록 수요가 더 많아지는 베블런효과까지. 고가 해외명품이 국내 소비자를 ‘봉’취급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신장세를 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국내의 독특한 소비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유통구조 개선이나 보조금 규제 방안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식경제부가 대대적으로 알리며 시작한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별 볼일 없었던 점도 같은 이유다.
공급자 규제보다 소비자의 견제와 감시를 동원하는 방법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령 불법 보조금에 대한 신고포상제(파파라치)부활도 고려해야 한다. 폰파라치는 지난 2006년 시행된 후 3년 만에 보조금지급 금지제도가 폐지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사업자 간 이해와 운영효과 등 문제도 적지 않았지만 미비한 점은 다시 보완하면 된다. 사업자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소비자다. 보조금 전쟁에 지친 통신업체에도 감시의 눈길은 오히려 약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