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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 사고 낸 공군 … 무기관리 이상 없나

시동 거는 데 공대공 미사일 빠졌다고?

단순 분리 미사일 2.3㎞까지 파편 분산

‘팬텀기 전선의 피복 벗겨진 탓… 책임은 노후 때문’

[권홍우 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1979년 맥도널 더글러스항공사 새인트 루이스 공장에서 출고된 5,057번째 최총생산 팬텀기. 미공군 표식으로 도장됐으나 바로 한국 공군에 인수됐다. 청주비행단의 팬텀기는 상대적으로 기령이 짧은 기체여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력기 노후화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공군

공군에서 엽기적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께 청주 17전투비행단에서 이륙 대기 중이던 팬텀기에 장착된 공대공 사이드와인더(ALM-9L) 미사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엔진 좀 돌렸다고 날개 밑의 무장 장착대(파일런)에 매달린 미사일이 떨어지다뇨. 해외 토픽에 실릴만한 엽기적 사건입니다.

더 웃지 못할 사실은 사고 이후의 대응입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탈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락한 미사일은 기폭장치가 가동되지 않으면 스스로 잘 터지지 않는다. 폭약 자체가 굉장히 둔감한 폭약이어서 떨어져도 자동으로 폭발한다거나 그런 일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단순 분리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죠.

그런데 연휴기간 동안 KBS가 ‘군은 미사일이 기체에서 단순 분리됐다고 발표했으나 오작동으로 떨어져 나가 수 킬로미터를 날아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축소 논란 의혹도 제기했죠. KBS 보도의 골자는 북한이 NLL에서 포격훈련을 통지했던 지난달 29일 팬텀기 2대가 긴급발진했는데, 1호기가 이륙한 직후 뒤따르던 2호기에서 공대공 미사일 한발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 활주로에 떨어진 뒤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바깥 2~3㎞ 지점까지 날아갔다는 것입니다.

KBS는 ‘미사일 로켓 모터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났으며 전투기의 오래된 회로가 합선되면서 로켓모터의 전원공급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공군의 최초 상황보고서에는 ‘비정상 발사’라고 적혀있었으나 ‘비정상 탈락’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알려졌습니다.

공군은 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축소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보도가 나가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만약 탄두가 폭발했다면 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 ‘자칫 먼저 이륙한 1호기가 격추될 뻔 하지 않았느냐’, ‘정비 불량 아니면 조종사 과실인 것 같은데 확실한 것은 축소하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등등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공식 업무가 재개된 7일 군이 비공식으로나마 입장을 밝혔습니다. 골자는 이렇습니다.

-이륙 중이 아니라 이륙하려고 택싱 웨이에서 엔진을 가동할 때 미사일이 탈락했다.

-떨어져 나간 미사일의 로켓모터가 점화돼 활주로를 통통통 튀면서 1.5㎞ 가량 날아갔다. 그 파편이 2.3㎞까지 퍼졌다.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다.

-팬텀기 기체 안에는 미사일 관련 전선이 복잡한데 그 중 전선 한 두개의 피복이 벗겨져 오작동이 난 것 같다.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아니다. 미사일이 발사되려면 ①바퀴가 접힌 상태여야 하고 ②조준 후에 ③록 온을 거쳐 ④발사의 단계를 거친다. 이번 사고는 하나도 해당이 안된다.

-공군이 설명 안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NLL 사격 훈련과 팬텀의 훈련 비행은 관련이 없다. 긴급발진 아니다.

공군은 여기에 다음 의견을 추가했습니다. 역시 비공식 멘트입니다.

-현재 합선을 방지할 개선작업을 검토해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까지가 군이 밝힌 내용입니다.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팬텀 전투기는 노후기지만 최대속도가 마하 2.23을 내는 기종입니다. 초음속 비행의 진동과 공기의 저항, 고기동에도 날개에 끄떡없이 매달려 있어야 할 미사일이 탈락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수많은 전선의 피복이 벗겨져 오작동이 발생했다는 점도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팬텀 기체와 미사일을 연결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기계식 고정 장치와 전원 커넥터입니다. 무장장착사와 장착병 3명이 운반해 인력으로 미사일을 발사대에 끼어 넣으면 탈착식으로 고정돼 떨어지지 않습니다. 흔들리거나 잘못 부착해 장착된 미사일이 떨어지는 경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군은 당초 발표에서 마치 잘못 장착해 미사일이 떨어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단순 탈락이 아니라 떨어진 미사일이 점화돼 수㎞까지 날라 갔다는 사실은 충북 청원의 해당 전투비행단과 주민, 지역 기자들에게서 먼저 알려졌다고 합니다. 군의 초기 설명이 의문을 낳게 만든 셈입니다.

저는 조종사가 실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사일 발사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떨어진 미사일의 탄두가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록온을 하지 않았다는 추론과 들어맞습니다. 그래도 기체의 전선 피복 한 두 개가 벗겨져 잠금 해제 장치가 작동했다는 설명이 쉽게 귀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무장장착사 출신의 예비역 부사관 한 분은 “팬텀기의 무장 통제 전원 케이블(전선)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체형 커넥터로 되어 있어 ‘전선의 피복이 한 두 개 벗겨지기’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이 과연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 책임을 지더라도 징계 수준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고의 원인이 과실이라기보다 ‘노후기’라는 점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운용하는 노후기로 인해 사고가 났다면 관계자 대부분이 크게 처벌받지 않는 결말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한국 공군이 보유한 주력 기종의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팬텀 역시 ‘노인 학대’란 평을 들을 만큼 오랫동안 영공을 지켜온 것은 사실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몇 안 남은 팬텀 운용국가 중에서도 현대화 개장을 거치지 않은 기체를 일선급 전폭기로 운용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부 기체에 대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는 부분 개수에만 머물렀죠.

그래도 간과한 사실 하나는 한국 공군이 보유한 팬텀기의 일부는 최후 생산분이라는 점입니다. 팬텀시리즈의 총생산량이 5,057대(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면허생산분 138대 제외)인데요. 맥도널 더글러스의 세인트루인스 공장에서 출고된 최종 생산기체를 인도받은 국가가 한국입니다. 청주비행단의 기체는 낡았지만 팬텀 중에서는 최후 생산분이 많다는 점은 상반된 두 가지 질문을 낳을 수 있습니다.

첫째, 비교적 새 것이라는 청주비행단의 기체가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는 정도’라면 다른 비행단의 더 오래된 기체는 어떤 지경인가.

둘째, 다른 기체들의 이상이 없는 데 덜 노후한 기체에서 왜 사고가 발생했나.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공군은 똑 같은 현상에 대한 두 가지의 상반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느 관점에서 조사하고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공군의 몫입니다. 정말로 노후화가 원인이라면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족 세 마디.

사족 1. 군은 팬텀 기체의 문제라고 비공식적으로 설명했으나 보유 미사일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이 기회에 확인해야 합니다. 주기적인 관리가 없으면 미사일의 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사족 2. 육군과 해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중고 CH-47D 치누크 헬기와 C-3B 해상/대잠초계기 도입 사업도 ‘전선의 피복’이 벗겨졌을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합니다.

사족 3. 노후 장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각군의 정비사와 정비병들의 노고와 달리 군 수뇌부는 보유 장비의 개조와 개량, 모방 생산에 대해서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제 장비에 주로 의존하기에 개조의 합법성이 문제될 수 있으나 군 장비 개조의 천재라는 이스라엘의 사례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지대공 호크 미사일까지 공대공 미사일로 개조해 사용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쌓여 방위산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란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방위산업에 대해서는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회가 닿은 대로 소개하겠습니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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