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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청년실업문제 개선하려면
입력2007-11-04 19:52:35
수정
2007.11.04 19:52:35
한국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실업문제, 특히 청년 실업문제라고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년층 취업위기를 풍자한 ‘사오정’ ‘오륙도’라는 고국의 낯선 새 단어들에 황당해 했던 이곳 미국 교포들은 이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서 ‘이구백(20대 90%가 백수)’으로 악화됐다는 한국의 심각한 청년실업 현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절실한 한국 청년실업 문제를 상징하듯 올 봄 국민은행이 비정규직 창구직원 400명을 채용하는 데 237명의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를 포함해 1만4,200명이 몰렸고 한국마사회의 재경 사무직 한자리에 1,500명이 지원했다니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지난 여름에 서울시 7,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전국에서 14만4,000명의 ‘공시생’이 몰려들어 임시특별열차까지 증편했다는 기막힌 뉴스도 있었다.
그 반대로 미국은 지금 2차대전 이후 네번째로 긴 5년째의 경제호황을 맞고 있다. 전인류의 3분의2가 사는 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동유럽국가들도 지난 20여년 사이에 시장경제체제로 흡수되면서 세계경제는 지난 4~5년간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두번째 세금인하를 단행했던 지난 2003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4년간 미국은 일년에 약 200만개씩 총 80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똑똑하고 훌륭한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을 과연 누가 이런 지경에까지 몰아넣었을까. 그 첫번째 책임은 그동안 말만 앞설 뿐 능력 없는 정부에 있다. 정부규제와 공무원 수, 국가부채 등 늘리지 말았어야 할 데만 골라가며 늘린 정부의 총체적 경제실정 때문에 한국의 기업환경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업 창업 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꼴찌에서 두번째로 처졌고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무능한 정부를 선출한 우리 국민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 40여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끔 조국을 방문할 때마다 놀랍게 느끼는 것은 한국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와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이다.
미국사회에는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고 기업의 이윤에서 낸 세금과 부유한 사람들의 헌금으로 약자를 돕고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한다고 믿기 때문에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인지도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더욱이 부동산업이나 통신회사 등 주로 국내 독과점 사업으로 돈을 버는 동남아나 중남미 재벌기업과는 달리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ㆍ현대중공업 등 대표적 한국 재벌기업들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수출업종에 힘을 써왔는데도 한국인들의 고질적인 반기업ㆍ반재벌 정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대신 한국에서는 공무원이나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는 요상한 표현들의 공기업 직장들이 우선적으로 제일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미국의 젊은 엘리트들은 정반대로 월가, 대형 로펌, 컨설팅회사 등 민간기업을 가장 선호한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참여정부 들어 특별히 열악해졌기 때문에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부진하고 따라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투자증가율은 세계를 앞서갔는데 지난 4년간은 설비투자 연 평균성장률이 1.2%로 아세아 경쟁국들 중에서 바닥을 기고 있으며 1,000대 한국기업들은 잉여금 364조원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 해외 기업들에도 한국은 투자기피지역으로 각인돼 외국인투자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다.
결국 한국 청년실업 문제는 차기 정부가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최대 목표로 삼아야 하고 국민과 혼연일체해 과감한 규제철폐와 세금인하, 친기업 환경조성 등으로 한국과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높일 때만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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