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1917~1963) 미국 35대 대통령은 '밀물은 모든 배를 들어올린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소득의 밀물이 모든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2005년 미국의 납세 신고서를 기준으로 국민의 소득 비중을 보면 1980년도 65%를 차지하던 대다수층(2005년 기준 2억 7,000만명)은 51.3%로 줄어든 반면 상위층(300만명)은 1980년 보다 11.8%가 늘어났으며, 최상위층(3만명)은 1980년 대비 3.8%가 늘었다. 부두에 묶여 있던 소형 배들은 가라앉고 있고, 부자들의 요트는 개인 원양어선 만큼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조세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기사로 200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가 위기에 처한 미국사회 모순과 정부와 부자들의 은밀한 커넥션을 고발한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건국이래 꾸준하게 성장했으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나빠지는 원인에 대해 저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초당적인 합의로 선출된 미 지도자들이 중산층을 형성하고 이들을 강화하는 사업에 역점을 둔 1933년 뉴딜 정책으로 미국은 인간의 정신적 가치가 높아지고 지식이 경제적 수요에 접목되는 선순환을 이끌어내면서 이른바 세계 1등 국가가 됐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미 정부의 정책은 중산층강화정책을 외면하고 부유층ㆍ권력층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이었다고 저자는 조목조목 증거를 대면서 비판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이론은 속이지 않고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기업의 자원을 이익 증대에 활용할 때 가치를 발한다. 미국의 현주소는 그러나 공짜점심을 즐기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이를 봐주는 정부로 인해 국민들의 시름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저자는 에너지회사 엔론의 켄 레이, 통신회사 월드컴의 버네 에버스, 전자제품 생산업체 타이코의 데니스 코즐로스키 등 회계부정을 저지른 최고경영자들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즐기고 있는 '노상강도'에 비유한다. 더 심각한 것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대신 지난 30여년간 소수 부자들의 공짜 점심 값을 대신 치르기 위해 국민들은 치솟는 전기료와 도로 통행료, 비싼 학자금 대출이자, 세계 최고가(最高價)로 악명 높은 의료보험 등을 감수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고 말한다. '농사직불제'를 악용해 정부지원금을 챙기는 도시 부자들과 주요 지도층인사들, 장애인과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공무원들 등 미국 정책을 좇고 있는 한국에도 미국식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트리클다운 이론'(Trickle Down Theory, 컵의 물이 넘쳐흐르면 바닥을 적신다는 말로 고소득층의 소비지출을 늘리면 저소득층의 소득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을 적용한 정책을 펼치는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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