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20년간 지체돼온 이란과 파키스탄 간 이른바 '평화 가스관' 건설에 나선다. 이달 초 미국 주도로 잠정 타결된 이란 핵 합의로 중국이 수혜를 입은 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익명의 파키스탄 당국자 말을 인용해 오는 19일께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에 맞춰 이란과 파키스탄 간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한 중국의 대규모 자금 및 기술력 투입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경을 맞댄 이웃국 파키스탄과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파키스탄이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미국과 더 밀접히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이란 남서부의 아살루예에서 파키스탄 남부의 나와브샤를 잇는 약 1,700㎞짜리 이번 가스관 프로젝트에는 '평화'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계획이 처음 입안된 시기는 1995년으로 당시 파키스탄의 적국 인도까지 잇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으나 이후 인도가 빠졌다. 이후 이란 쪽 가스관 900㎞ 구간은 일찌감치 공사가 완료된 반면 파키스탄 쪽 공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핵 문제로 대이란 제재를 실시한 미국이 이 프로젝트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은 미국 측 압력을 피하는 우회 방식의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물밑협상을 벌여왔고 2일 핵협상 합의로 서구권의 대이란 제재 해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파키스탄·중국 정부 간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자회사인 중국국영송유관국이 참여할 이번 가스관 건설에는 15억~20억달러 상당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85%를 중국 측이, 나머지는 파키스탄이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정대로 2년 뒤 가스관 건설이 완료되면 파키스탄은 전체 전력 부족분인 4,500㎿를 충분히 생산할 만큼의 가스를 이란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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