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그룹 총수가 여러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펼쳤던 현실적인 순기능을 중시하는 편이다. 반면 문 후보는 총수의 지배보다 대기업 전체의 효율을 높이고 중소기업 영역 침범 등은 막아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웠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면 대기업의 지배주주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지분을 확보하느라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토론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다 끊으라고 하면 수조원의 돈을 투입하게 된다"면서 "그 돈을 가지고 투자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11일 "기존 순환출자는 덮고 가면 순환출자를 안 한 기업들은 억울할 것"이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려면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소유지분을 팔아야 하고 이를 판 자금이 들어오게 된다고 반박한다. 기업 전체로 보면 자금 부담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해) 기업에 그만 한 돈이 들어오므로 그 돈을 투자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부담이 느는 것은 (경영권이 약해지는) 재벌 총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강석훈 의원은 "기업의 지배구조는 제도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기업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기존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 집권 후 3년간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을 보면 실제로는 추진 의지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순환출자에 대한 한쪽 면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각자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겠지만 결국 국민 전체의 객관적인 논의를 가로막는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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