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7조7,400억달러로 전년보다 1,145억달러 감소했다. IMF가 지난 1995년 자료 집계를 시작한 후 연간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4분기 말 사상 최고치인 8조600억달러를 기록한 후 줄고 있다. ING투자매니지먼트의 마르텐얀 바쿰 신흥시장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6월 말 정점을 찍은 후 멕시코와 인도·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모든 주요 신흥국에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신흥국들이 수출경쟁력 약화, 자본이탈을 겪는 가운데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FT가 신흥국 이코노미스트 1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9명이 "신흥국 외환보유 수준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며 "향후 수개월간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NG가 주요 15개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을 조사한 결과 올해 1월과 2월 2,997억달러 줄어드는 등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뚜렷하다. 바쿰 분석가는 "올 1·4분기 역시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신흥국들이 미국과 유럽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말 1조7,000억달러 수준에 그쳤던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그동안 꾸준히 늘어나 지난 10년간 글로벌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흥국은 무역흑자와 자금유치 등으로 얻은 자본의 상당 부분을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에 투자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위안화 하락으로 중국에서는 지난해 4·4분기에만도 사상 최대인 910억달러가 순유출됐으며 미국 국채 보유 규모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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