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는 지난 1985년 플라자협정 이래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는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미국 경제 둔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적어도 2~3년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분석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오는 2010년까지 달러화가 15%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관의 내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미 달러가 유로화에 대해 1.5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달러당 3원80전 하락한 932원50전에 마감했다. 전날 한국은행이 외환스와프 시장에 개입해 현물환으로 달러화를 공급, 달러화 매도 심리 강화에 일조한데다 조선업체의 대규모 수주 소식도 수출업체의 매도를 자극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지수인 달러지수(DXY)는 이날 79.66까지 하락, 1992년 9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한때 1.3874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종전의 사상 최저치인 1.3853달러를 갈아치웠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13.81엔을 기록했다. 만일 오는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달러 약세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른 통화와의 아비트리지(재정거래) 달러에 대한 국제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레그 살바지오 템퍼스컨설팅 부사장은 “FRB가 금리를 인하하고 ECB는 금리를 동결한다면 미국 자산의 매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가 2009년 말까지 유로화에 대해 15%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면서 달러 약세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 에버뱅크 월드 마켓그룹의 척 버틀러 회장도 “달러가 유로화에 대해 기존의 사상 최저치인 유로당 1.3853달러를 넘어 내년 안에 1.4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팬 아고라 자산운용의 에드가 피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5년간 유로와 파운드가 달러에 대해 각각 40%와 30% 상승했다”며 “통계적 관점에서 (유로화와 파운드가 달러화에 대해) 강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빠른 속도로 절하되면서 유럽연합(EU)의 통화 방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되면 EU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수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은 주변국 빈곤화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상대방 나라의 부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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