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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패션은 뒷전인 서울패션위크

이수민 기자 <생활산업부>


"265번 어딘가요?" "좌석번호 다 못 붙였어요. 아무 데나 앉으세요."

지난 21일 '2014 춘계 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 행사가 진행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때아닌 자리다툼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서로 '이곳이 내 자리'라며 악다구니를 쳤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한국 패션의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DDP를 방문한 해외 바이어들이 자리를 못 잡고 서성였다. 객석 구조도 계단식이어서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이 초래한 혼란이었다. 개막식은 오후3시 예정이었지만 일부 객석에는 좌석표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행사는 20분이나 지나서야 간신히 시작됐다.

더 큰 문제는 '패션'이 아니라 '연예인'에 초점이 찍힌 운영이었다. 신진 디자이너 18명과 아이돌그룹 엑소가 함께 꾸민 개막 축하 패션쇼는 낯 뜨거웠다. 간이 패션쇼라고는 하지만 누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제대로 된 설명도 빠진 채 디자이너 프로필만 영상으로 소개됐다. 런웨이가 끝날 때 디자이너가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도 생략됐다. 심지어 엑소 멤버들이 입은 옷도 어느 디자이너가 어떤 생각에서 만들었는지 언급도 없었다. 행사장은 패션쇼 런웨이인지 콘서트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아이돌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단 1분이라도 '패션'을 알리고자 고민했다면 이 같은 행사를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날 선 지적이 나왔다.



박력 있는 춤과 노래로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는 방식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을 초청해 패션을 잘 모르는 대중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것도 서울패션위크가 담당한 순기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패션보다 화제 만들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디자인페어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서울패션위크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디자이너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명색이 패션위크인데 패션은 뒷전이고 연예인이 먼저네요." 패션을 한류의 대표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서울패션위크 측에 무엇이 우선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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