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이 잡혀 있다'에서 '기강(紀綱)'은 벼리'기(紀)'와 벼리'강(綱)'이 결합된 단어다. 규율이나 법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벼리'는 무엇인가.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는 굵은 줄로 그물을 바로 지탱하는 구실을 한다. 고기를 가뒀더라도 '벼리'가 풀리면 얽을 수가 없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게 된다. 그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인터넷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의 '망(網)'과 벼리를 뜻하는 '강(綱)'은 의미가 유사하다. 정보통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로 이어진 초연결사회에도 견고한 규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초연결사회의 기강을 잡아주고 지탱해줄 '벼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공통 인터넷 규범체계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필요한 법령만을 제개정해왔다. 그 결과 법률이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제도적 공백이 발생했다. 또 융합이 핵심인 ICT 산업에서 개별 법령들이 중복규제로 작용하며 신산업 창출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의료법과 은행법 등 관련 법제도 미비로 인해 제한적인 서비스만 가능한 ICT 융합형 헬스케어, 핀테크(fintech) 분야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규제 개선 노력을 해 간편결제 서비스가 출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개선책은 부분적인 개편에만 국한됐다. 새로운 ICT 융합서비스가 출현할 경우 규제 중복, 제도적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래 인터넷 환경에 맞는 새로운 '벼리'를 세우지 못해 ICT 산업진흥이라는 대어(大漁)를 가둬 놓고도 건져 올리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벼리'가 서지 않는다면 ICT 기술로 이뤄낸 산업·문화·안전 등 이로운 사회시스템이 온전히 기능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두서없던 규범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ICT 환경에 맞춰 인터넷 규범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산업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법률을 아우르는 기본 틀을 세우고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충돌이 발생하는 관련 법과 제도를 조정·정비하는 입법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ICT 신기술의 발전과 신산업의 육성을 통해 창출되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들이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인터넷 기본법' 같은 새로운 '벼리'를 세우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새롭게 고려되는 인터넷 기본규범은 그동안 구태적 인터넷 규제로 발생했던 갈등, 부처 간 불협화음, 그리고 신구(新舊) 질서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담아야 한다. 또 우리 ICT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준과 원칙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려는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기본규범에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바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인터넷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지금이야말로 인터넷이라는 그물의 '벼리'를 살피고 기강을 바로 세울 때다. 이를 통해 인터넷 공간을 자유롭고 경쟁력 있는 미래의 터전이자 경제 활성화의 중심으로 가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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