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는 로마제국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비너스를 등장시켜 피렌체에서 그 영광을 재현해 내고 싶어하는 당시 교황청과 신흥 상인계층의 욕망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 것입니다. 르네상스를 화가의 붓끝을 바라볼 게 아니라 예술가의 뒤에서 작품을 주문한 후원자의 욕망이 그림에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면, 르네상스에 담겨있는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눈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강동도서관에서 열린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2기의 일환으로 마련된 강좌 ‘르네상스 예술과 인문학의 탄생’을 5주간 맡은 성제환(사진)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는 르네상스를 읽기 위해서는 예술의 후원자를 먼저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경계를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의 강좌로 구성,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문학동네 펴냄)’의 저자이기도 한 성 교수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르네상스 예술과 인문학 탄생의 비화를 풀어나갔다. “많은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예술가와 시인이 살 던 시대로 기억을 하는데, 과연 인류 역사에서 예술가와 시인만 살았던 이상향이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성 교수는 “초기 르네상스 예술은 피렌체의 부흥을 기대하면서 시민들에게 수도회를 알리는 홍보매체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당시 주인이 없었던 땅 피렌체에 로마 교황청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고, 그 자금을 맡았던 집안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메디치 가문이 위대한 것은 귀족이 아니라 시민이 미래의 주인이라고 예측한 것”이라며 “메디치 가문이 집안을 신격화하기 위해 어떻게 예술을 활용했는지, 당시의 예술가들은 또 그들의 욕망을 어떻게 그림과 벽화에 옮겨놓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이날 ‘교황, 예술가들을 유혹하다’를 주제로 로마 교황청과 피렌체에 얽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풀어나갔다. 11월29일까지 5주간 진행할 이번 강좌는 ‘메디치 가문, 피렌체의 주인이 되다’ ‘메디치 가문, 축제기획자가 되다’ ‘메디치 가문 신비주의로 채색하다’ ‘메디치가문과 마키아벨리의 만남’ 등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피렌체의 지도, 그림 그리고 사진 등을 곁들어 르네상스와 권력층의 욕망 그리고 시대정신을 풀어낸 첫날 강의에는 토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강의에 빠져들었다.
그는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하게 된 인문학은 사회와 소통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인문학은 자기성찰과 교양을 쌓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국가 등 한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개인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배우고 깨닫는 실천의 학문이다. 학자들이 안으로만 파고들 것이 아니라 밖으로 시민들과 소통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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