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계적 성과를 거두는 것은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문화ㆍ예술ㆍ과학기술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과학기술은 융복합연구를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노ㆍ바이오ㆍ환경ㆍ에너지ㆍ정보통신 등 다학제 간 협력연구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 중 최근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례가 있다. 바로 첨단 의료기기, 신약 개발, 첨단 의료기술 서비스 등 산학연 협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첨단 의료복합단지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의료 분야 연구개발 성과의 제품화 또는 서비스화 촉진을 위해 연구소, (전)임상기관, 제약기업, 의료기기업체, 병원 등을 지역적으로 집적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특수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첨단 의료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입지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개발(R&D) 성과 및 관련 인프라가 모두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수혜자인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 미국은 첨단 의료복합단지의 좋은 모델이다. MD앤더슨암센터로 널리 알려진 텍사스메디컬센터는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휴스턴이라는 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크기 정도에 350만명 정도가 사는 이 도시에는 건물의 절반 이상이 의료 서비스와 연관돼 있다. 휴스턴 도심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한 호텔이며 의사와 연구자들의 연구실, 그리고 각종 병원ㆍ의과대학들이 쭉 늘어서 있다. 총 46개의 의료 관련 기관들은 자동차로 돌아봐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다. 이러한 도시 특성에 걸맞게 이곳을 찾는 환자만도 연간 550만명에 달하며 환자의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비용은 1,200억원 이상이다. 또한 취업인만도 7만4,000명에 이르며 의과대학촌에는 11만명 이상의 의과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이다 보니 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메디컬센터라고 부를 만도 하다. 잘 만들어진 메디컬센터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연구+신약’의 접목이 아니다. ‘국제의료 서비스+관광사업+호텔업+교육사업’ 등이 연계해 발전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경제의 복합체다. 더욱이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세계 사람들이 몰려든다. 우리나라는 중국ㆍ러시아, 그리고 동남아에서 접근하기 매우 용이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인접국가의 환자가 올 수 있는 지리적 요건도 갖췄다. 의료 서비스가 새로운 관광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입지선정때 시너지 효과 고려를
텍사스메디컬센터는 지난 1945년 첫 삽을 떴으며 지금도 최초로 그려진 청사진 위에 새로운 병원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 첫 삽을 뜰 준비를 하고 있으니 미국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김 선수를 키워내는 데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원동력이었던 것처럼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나라의 첨단 의료복합단지가 아시아 의료 클러스터를 대표하는 ‘세계 1위’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향후 100년 동안 지을 수 있는 큰 집을 설계하고 올바른 부지를 선정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최적의 선정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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