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외국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철수하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언론들은 "해외기업들이 매력적인 투자환경과 높은 시장잠재력을 갖춘 아시아 신흥국가들로 이탈하는 게 눈에 띤다"며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세제혜택을 통해 해외기업 지키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해외 거대기업들이 더 좋은 기회를 좇아 연이어 일본을 떠나고 있다"며 해당 사례들을 소개했다. 프랑스의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일본에서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 유일한 공장인 군마(群馬)현 오타(太田)시의 공장을 오는 7월에 폐쇄키로 했다고 지난달 공식발표했다. 오타공장은 지난 2006년부터 생산량을 줄이면서 스터드레스 타이어(겨울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상품에 특화해왔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탓에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공장에는 현재 38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미쉐린은 대신 새로운 투자처로 인도를 택했다. 미쉐린은 인도에 400억루피(약 1조원)를 투자, 버스와 트럭용 타이어를 제조하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의 미디어기업인 리버티글로벌은 보유 중인 주피터글로벌의 주식을 지난달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KDDI에 3,600억엔 매각, 일본 케이블TV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캐나다의 연료전지업체인 밸러드파워시스템스도 지난해 일본업체 에바라와 맺은 합작관계를 끝냈다. 해외기업들은 일본 자본시장에서도 급속히 빠져나갔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지난 1991년 127개였으나 올해는 단 15개에 불과하다. 특히 2008년 이후 외국기업의 상장은 전무하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에 비해 55.7% 급감했다. 컨설팅업체인 AT커니가 1,000개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나라별 투자매력도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지난 2007년 15위에서 올해는 순위 밖(26위 이하)으로 밀려났다. 중국과 브라질이 1위와 4위를 차지하는 등 신흥국가들의 인기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외국기업들의 철수 도미노는 일본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투자매력이 별로 높지 않은 데다 특히 소득감소가 지속되면서 구매력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최근 사설에서 "FDI를 유지 및 유치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 절박한 조치는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높은 수준인 일본의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법인세(대기업 대상) 비율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7%보다 높다. 신문은 "특정 산업들에 대한 다양한 세제혜택들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법인세율을 전체적으로 낮추고 과세도 대상별로 더욱 균등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선거공약으로 중소기업의 법인세율을 18%에서 11%로 낮추겠다고 한 반면 대기업의 경우 현재 3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부도 최근 세금제도를 고쳐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후루카와 모토히사(古川元久) 일본 내각부 부대신은 지난달 말 "일본 대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높은 편으로 여겨진다"며 "정부는 기업들과 기업가들을 도울 수 있는 세제를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