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집트 사태를 둘러싸고 중동국가들이 분열양상을 보이면서 이들와 두루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중동외교가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중동 내 강대국들은 군부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세력 간 내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이집트를 두고 친군부와 반군부로 나뉘어 대립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ㆍ쿠웨이트 등은 이집트 군부 및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반면 터키와 카타르 등은 이슬람세력과 축출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편에 서 있다.
사우디 등은 군부에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의 세력이 커질 경우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처럼 중동 내 이슬람 정치세력이 맹위를 떨쳐 자국의 지배체제까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지난 16일(현지시간) TV에 출연해 "폭동과 싸우는 군부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경제적 지원도 이어져 사우디ㆍUAEㆍ쿠웨이트는 무르시 축출 직후 120억달러의 원조를 약속한 바 있다.
반면 터키는 집권당이 이슬람교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이집트 군부의 강경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14일 "이집트 내 군부의 무력진압은 '대학살'"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무르시 정권을 전폭 지원했던 카타르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이집트를 놓고 중동이 양분하면서 난감해진 것은 미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미국이 원유수입과 시리아 사태, 이란 핵 문제 등과 관련해 이들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가령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 3, 4위 원유수출국인 사우디ㆍUAEㆍ쿠웨이트와의 관계악화는 미국의 에너지 수급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터키는 미국과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미국을 대신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카타르 역시 시리아 반군 지원은 물론 유사시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군기지를 미국에 빌려주기로 약속하는 등 미국으로서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미국진보센터(CAP)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미국은 서로 으르렁대는 중동국가들과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도 이집트 정책에 대한 의견이 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이집트를 방문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미국이 유혈진압을 방관하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오바마 정부를 압박했다. 반면 같은 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과 민주당의 리처드 블러멘털 상원의원 등은 "이집트 지원중단은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고 이는 수에즈운하 등 전략자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