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태지역 16개 국가의 차관급 국방관료들과 민간 안보전문가들이 참여한 제1회 서울안보대화가 서울에서 사흘간 열렸다. 이 행사는 ‘안보와 평화를 위한 협력을 주제’로 아태지역 공동안보 도전과 대량 살상무기 확산 대응ㆍ협력 방안, 사이버위협 실태와 대응방안, 국방운영의 효율화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북한 핵개발과 사이버 위협,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아시아 영토분쟁과 경제보복 등으로 인해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당사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이 주도한 최초의 고위급 다자안보 협력 대화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갈등과 분쟁의 한복판에 위치한 국가로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위협과 보복을 통한 갈등의 증폭이 아닌 ‘대화’와 ‘소통’이다. 이번 행사는 더 이상 한국이 단순히 강대국들에 의한 지정학적, 정치적 분쟁의 희생자가 아닌 국제사회에서 갈등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해 대화를 주도하고 공동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임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라면 사이버안보가 국제안보의 주요 의제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사이버안보는 서울안보대화의 주요세션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각국 대표들이 사이버안보 세션에 보여준 관심 또한 다른 세션에 못지않았다. 사이버안보 세션에서는 사이버안보규범 마련, 국제협력, 민관 파트너십,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의 중요성과 관련된 내용이 심도 깊게 다뤄졌다. 많은 참석자들이 이미 사이버안보 문제는 한 국가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해 민간 기술과 인력 활용을 위해 정부가 어떠한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가져나가야 하고 국가 간에 어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제1회 서울안보대화는 사이버안보 공동 대응논의를 위한 첫 대화의 씨앗을 뿌려 놓았지만 앞으로 이 씨앗이 싹틀 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곳곳에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법적 차이, 문화적 차이와 같은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방부 차관이 각국 대표들에게 제안한 실무진들로 구성된 워킹그룹 구성은 그 의미가 크다. 형식적인 대화나 합의가 아니라 워킹그룹 참여 실무진간의 상호 신뢰와 차이의 인정에 기반한 구체적 대화 노력을 통해 장애물을 해결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실무진들은 사이버안보 기술과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언어능력,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 내년 서울사이버공간회의와 2차 서울안보대화와 같은 사이버안보 관련 중요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사이버 평화 논리와 전략을 개발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현대판 서희의 역할을 할 능력 있는 사이버안보 외교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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