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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신체 기능을 보완해 주는 의료용 보조기구는 몸의 주인에게 ‘새로운 신체 일부’인 소중한 것임에도 디자인이나 미적(美的)인 면에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금속공예가 조새미(39)는 이 점을 “공예가 작가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2005년에 발목 보조기를 착용하는 30대 초반 남자 환자의 “날개가 달린 듯 잘 걷고 싶다”는 꿈을 담아 청바지를 입어도 멋스럽게 어울리는 은(銀)날개가 장식된 발목보조기를 제작한 것이 작가가 처음 실현한 ‘아트 인 헬스(Art in Health)’였다. 2009년에는 마비증상으로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을 위해 손가락 휘어짐을 방지하는 플라스틱 손 보조기 대신 손가락 3개에 반지처럼 끼는 보조기구를 제작했다.
작가는 “보조기 이용 환자들은 ‘나는 아픈 사람이다’라고 보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큰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예술을 건강과 치유에 접목하는 작가 조새미의 개인전 ‘비평적 극장Ⅱ’가 서초동 렉서스빌딩 내 ‘스페이스 함’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마치 패션쇼 무대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척추측만증 치료용 코르셋을 제작하는 원리로 자신의 몸통을 본 떴다. 그런 다음 은으로 만든 자신의 작품들을 그 몸통에 걸어 ‘장식의 사회적 의미’를 탐구했다. 중세 갑옷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은 보호와 억압, 구속을 동시에 보여준다. 겉은 반짝이는 은반구(半球) 장식이지만 안쪽으로는 뾰족한 침이 몸통을 찌르고 있다는 역설도 드러낸다.
청각장애 때문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동료작가 김명아 씨의 귀를 본 떠 공예적 기법으로만든 은제(銀製) 왕관들도 전시돼 있다. 위축되지 말고 여왕처럼 당당하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조 작가는 “의료보조기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가격이 균일하게 책정되기 때문에 디자인을 고려한 제품생산이 대량화되기 쉽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사업화가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성에 더욱 집중했고 앞으로도 장식의 사회적 의미나 노동의 도구로서 신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 같은 의미를 담아 매년 ‘윤리적 일상’이라는 기획전을 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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