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이탈리아의 통일을 꿈꾸었던 사상가 마키아벨리(1469~1527). 그의 이름은 다양하게 등장한다. 마키아벨리즘, 마키아벨리스트, 마키아벨리적 방식 등…. 이들은 대략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권모술수' 정도의 부정적 의미로 통용된다. 영미권에서는 악마를 뜻하는 '올드 닉(Old Nick)'이 마키아벨리의 이름인 니콜로(Nicolo)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마키아벨리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마키아벨리를 안다고 착각할 뿐 정작 그의 글을 접하지 않고 이미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며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했기에 비난 받은 자'라고 마키아벨리를 두둔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키아벨리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인 '군주론'은 선의를 앞세운 고담준론(高談峻論)과 달리 조직 관리에 필요한 권위와 힘을 확보하는 문제를 냉정한 현실체험에 기반해 '솔직하게' 고백한 책이었다. 이에 저자는 적어도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제대로 공감해 활용할 수 있으려면 40대의 연륜이 돼야 한다며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이라는 제목을 정했다. 책은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 현대 기업의 다양한 성공사연과 실패담 등 130여개의 사례를 통해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 사상을 분석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7장에서 "사람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이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삶은 고귀한 인생관이자 긍정적인 사회 동력이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이기심의 극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비자(BC. 280~BC.233)가 "뱀이 땅군에게 반가운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 역시 사람을 해치는 뱀이지만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생각이라는 것. 즉 이기심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통치라는 얘기다.
군주에게는 성실과 신의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책략도 필요하다. 군주론 18장에는 "경험에따르면 우리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는 자신의 약속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혼동시키는 데 능숙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헨리 키신저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파키스탄에서 대통령 초청 만찬 도중에 복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산간지대의 대통령 별장으로 이송됐다. 이틀간 키신저는 요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기간에 키신저는 적대국 중국을 비밀 방문해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를 만나 닉슨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합의했다. 석유왕 존 록펠러는 사기꾼이었던 아버지를 보면서 당하지 않는 법을 체득해 온갖 책략과 술수에 속지 않고 성공을 거뒀다. 위장과 속임수 없이 공식적 절차나 선의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방어법을 가르쳐 주지만 그 이면에는 지키고자 하는 신의에 대한 근본이 살아있음 또한 함께 깨닫게 한다.
"이럴 때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에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받는 게 더 안전하다''현명한 리더는 진지한 잔소리꾼을 곁에 둔다''제휴는 자신을 강하게 하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자기 운명은 자기가 지배하지 않으면 남이 지배한다' 등의 명구가 해답을 제시한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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