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1,000명이 넘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필리핀에서 발이 묶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제스트항공이라는 필리핀 저비용 항공사가 승객이 탑승한 채 연료를 넣는 등 안전수칙 위반을 이유로 필리핀 항공 당국으로부터 운항 금지를 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수많은 한국 여행객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짜미'의 공포 속에서 저비용 항공사의 허술함에 울분을 삼켜야 했다.
물론 제스트항공도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운항금지 기간 일평균 약 18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은 물론 항공사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제스트항공 사태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들에 올 상반기는 처음으로 일제히 반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의미 있는 시기였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고를 남긴 부끄러운 기간이기도 했다.
실로 그동안 제스트항공이 무색할 정도의 창피한 사고들이 우리 저비용 항공사들 사이에 벌어졌다. 에어부산은 지난 8일 항공기 한 대에서 날개 이상이 발견돼 다음날까지 해당 항공기가 투입될 10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승객들은 뒤늦게 대체 비행기 편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티웨이항공이 비행기의 허가중량을 초과하는 과적 행위로 국토교통부로부터 2,500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한 사실도 올 7월 밝혀졌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지금 실적 자랑에 우쭐할 때가 아니다. 저비용 항공사 이용과정에서 지연ㆍ결항을 경험하는 승객들이 늘어가고 언제든 운항정지를 당할 수 있는 과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잠깐의 실적호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항공사는 수익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저렴한 항공권이 과적 행위와 안전 소홀에 힘입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승객들은 즉시 등을 돌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저비용 항공사들을 보면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했지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목전의 수익을 좇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바다 건너 제스트항공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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