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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레이저는 꿈의 무기인가. 값이 싸면서도 효과가 크지만 실전에 배치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정책 연구기관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접근 방식과 정책을 확 바꾸라고 권고했다. 레이저 무기가 미국 군사력의 판세를 바꿀 만한(game-changer) 존재로 자리매김하려면 국방부가 과감하게 연구와 개발을 통합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레이저 개발은 육해공 3군과 대형 무기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 공군은 B747 점보 여객기에 고출력 레이저빔을 달아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식으로, 해군은 함정에 근접 방어용 무기로 각각 개발 방향을 달리 잡고 있다. CNAS의 권고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라는 주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레이저 무기는 보다 체계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위력과 용도에 따라 개발과 배치의 최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CNAS 역시 레이저 무기의 미래에 대해서는 매우 밝게 보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기술적 고아(technological orphan)'나 진배없는 레이저 무기지만 통합 노력을 거친다면 궁극적으로 어떤 적과 맞서더라도 전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주요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성과도 적지 않다. 미 해군은 지난해 9월 수륙양용수송함(LPD) '폰스호'에 30㎾ 레이저무기체계(LaWS)를 배치해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를 마쳤다. 출력이 약하고 레이저빔이 도달하는 거리가 2㎞ 이내로 짧지만 한 회당 발사 비용이 1달러 정도라는 것이 최대 장점. 기관포로는 수천만원, 미사일이라면 단거리라도 수억원대를 쉽게 넘어간다. 미국은 레이저빔의 출력을 5배가량 높일 생각이다. 이 경우 소형 보트나 무인 항공기에 구멍을 뚫는 정도인 레이저 무기의 위력도 전투기와 미사일을 요격할 정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라인메탈사가 개발한 50㎾급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도 지상 시험을 통과했다. 현재로서는 1㎞ 밖에서 15㎜ 두께의 철판을 뚫을 정도이나 독일은 레이저 출력을 2배로 높여 대형 트럭에 탑재할 계획이다. 독일은 소형 항공기나 박격포탄을 방어하는 데 이를 투입할 계획이다.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는 법. '저공위사(低空衛士·저공의 호위병)'라는 이름의 레이저 요격 시스템을 소개한 중국은 레이더 빔을 굴절시키거나 무력화하는 코팅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레이저 무기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미사일과 항공기에 특수도료를 칠해 레이저의 열을 견뎌낼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각국의 공격과 방어용 레이저 무기 개발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이런 와중에도 레이저 무기 체계의 통합을 모색하는 점은 확실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배치의 효율성을 위한 통합 조직 창설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점 자체에 기술이 한참 앞서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2012년부터 올해 말까지 정부 예산 약 290억여원으로 제작한 초보적인 요격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나 출력과 위력, 전천후 기술은 아직 초보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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