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에 오른 유인촌 장관이 지난 7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장관직에 올라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초라한 성적표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 장관은 청와대의 신임에 힘입어 새 정부 문화정책에 일대 변화를 예고했지만 산하단체 기관장의 인사파문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 등에 부딪혀 총체적 난맥에 휘말린 상황. 정치ㆍ행정 경험이 부족한 유 장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장관으로 정치 무대에 선 100일을 되짚어본다. ◇전문가 “인사 문제부터 풀어야” = 유 장관은 취임 100일을 기념해 9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그 간의 성과와 향후 역점 추진사항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 쇠고기 파문으로 국민감정이 악화돼 때가 좋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나와 1~2주 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MB정부의 공약 사항인 문화정책 10대중점 추진안을 실현하기 위해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라는 비전을 세웠지만 정작 산하 기관장 인선 문제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그가 산하 소속 공공기관장 중 임명장을 수여한 곳은 영화진흥위원회,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단 2곳 뿐. 예술의 전당ㆍ국립오페라단ㆍ국립합창단 등 3개 예술단체장이 내정된 것을 포함해도 5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문화부 산하 소속기관 11개와 38개 공공기관 중 상당수가 사실상 공석 상태라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선임한 곳도 MB캠프에서 특보를 지낸 인사가 발탁되는 등 보은ㆍ코드 인사로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이 취임 직후 “노무현 정권에서 일했던 문화예술 단체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법으로 정한 임기를 무시한 채 ‘코드인사’를 운운하면서 정치논쟁을 벌인 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소속기관장 문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또한 지나치게 청와대를 인식한 탓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MB의 얼굴마담 역할은 그만둬야 한다는 게 문화계 원로들의 공통된 충고다. 게다가 쇠고기 수입 파동이 불거진 상황에서 문화부가 대국민 홍보 및 소통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 보호ㆍ관광산업 육성 등 평가할 점도 = 유 장관이 취임한 뒤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추진한 몇몇 정책들은 인정할 만한 대목이 있다. 그중 특히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단연 눈에 띈다. 문화부는 지난 4월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 및 선포식을 갖는 등 ‘해적판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닌텐도 아메리카는 최근 문화부 저작권정책과 담당 공무원에게‘한국 검찰과 세관 등 정부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한 결과 한국에서 불법복제 문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보인다. 유 장관은 동시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완화ㆍ세제지원ㆍ광역권 관광개발ㆍ국내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관광을 살리기 위해 장관이 직접 지방을 발로 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평가할 수 있는 점이다. ■ 유 장관의 말말말
"배우생활 35년이면 140억 번다… 배용준 봐라"
"배우생활 35년에 140억 벌 수 있지 않냐. 배용준 봐라" (2월 장관후보자 재산공개 이후) "배용준 발언 오해 됐지만 죄송… 연극 위해 사재 출연" (2월27일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노무현 정권 문화예술 단체장들 물러나야" (3월12일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문화포럼서) "김정헌ㆍ김윤수 등 안 물러나면 재임시 문제공개" (3월1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盧정권 단체장을 향해) "예전 정부 1년 걸릴 일 이명박 정부 1개월에 해내" (4월18일 문화재청 업무보고 자리) "산하기관 기능조정ㆍ통폐합 하겠다" (4월20일 취임50일 기념 기자단 산행) "연예인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 그런 이야기를 쓰긴 힘들 것" (5월6일 국무회의서 연예인들의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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