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기관들 사이에 ‘윤리경영’이 투자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월가(街)의 대형 투자기관과 펀드매니저들이 상장기업의 회계부정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기업실적과 함께 경영투명성을 투자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 20년 이상 최우량 등급을 유지했던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분식회계 파문이 불거지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고,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도 올들어 21%나 급락했다. 또 세계 최대 보험중개회사인 마쉬앤멕레난은 보험입찰 담합으로 고객들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사정당국과 8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고, 투명경영에 금이 가면서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36%나 곤두박질쳤다. 해외 현지법률 위반으로 도덕성에 먹칠을 한 시티그룹도 뉴욕 본사와 해외 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하며 체면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1년 동안 12%나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유리알 경영을 자랑했던 월가의 금융회사들마저 부도덕한 경영의 주범으로 전락하면서 월가 투자자들은 다소 실적은 떨어지더라도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펜실베니아대 화턴스쿨의 앤드류 메트릭 교수는 “기업실적과 함께 윤리경영 실천여부가 투자판단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기업투명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거버넌스메트릭스가 최근 미국 기업 3,220개사를 대상으로 투명성 정도를 조사한 결과 최고 등급을 받은 상위 1% 기업의 지난 5년간 평균 주가는 1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S&P500 기업의 주가는 1% 떨어졌다. 보스턴에서 4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왈든애셋매니지먼트의 티모시 스미스 부사장은 “기업들의 실적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는 경영투명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자산관리 회사들은 성장성 높은 기업보다는 깨끗한 회사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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