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경제협력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실천 의지를 강조하는 액션플랜도 마련하기로 했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경제협력 개념에서 벗어나 합의된 세부사항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련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7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FTA 추진에 새로운 모멘텀을 얻게 됐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한중 FTA를 추진하자는 데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5년이 아니라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한중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다음달 2단계 한중 FTA 6차 회담을 열어 협상의 방향성과 내용ㆍ일정 등을 포함해 양국 정상회담 후속조치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ㆍ공산물 등 민간품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전보다 한층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양국 정상이 협상타결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향후 세부내용 추진과정에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두선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경제협력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공동선언을 통해 한중 FTA 타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여타 국가들과의 양자 및 다자 간 경제협상에 앞서 한중 FTA 타결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국은 FTA 관련 논의를 1단계에서 5차 협상까지 진행했으며 2단계 논의로 진척시키려 하고 있지만 방향과 범위를 놓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중 FTA에 가속페달을 달아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관계는 '정랭경열(政冷經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 분야에서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지만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협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1년 동안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와 2,151억달러 규모를 거래한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다.
주 수석은 이날 중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은 경제ㆍ사회 분야에서의 호혜적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각 분야별 구체적 이행계획을 담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 이행계획'을 공동성명의 부속서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통상협력 ▦해양과학기술 ▦에너지 절약 ▦응용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화 ▦수출입은행 간 상호 리스크 참여 확대 등에 대해서도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경협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과 중국 국영기업이 합작투자를 하거나 원자재를 확보하는 방안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 특히 두 정상은 양국이 협력해 두 나라 모두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나란히 경제부흥을 이루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과학기술, 환경, 금융,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증진시켜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경제관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한중 FTA를 포함한 상호 교역투자 확대 방안, ICT 등 과학기술과 환경ㆍ금융ㆍ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단일 특정 프로젝트를 강조했던 이전 한중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개별 분야의 협력을 촉진하는 MOU를 채택하는 등 풍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은 7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첫 방중 때인 34명의 배가 넘고 박 대통령의 지난달 방미 때의 51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대해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전에는 전기전자ㆍ자동차 등 특종 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바이오ㆍ인프라ㆍ콘텐츠ㆍ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을 다양화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사절단의 절반에 해당하는 34명이 중소기업 대표인 것은 이 같은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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