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이어 "아시아의 경제발전 성과가 고삐 풀린 무장화로 쓸모없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의 군비확장에 대한 비판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적반하장이라는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침략에 대한 반성은커녕 집단적 자위권 발동 등을 통해 재무장을 추진함으로써 중국에 군사력 확대의 빌미를 먼저 제공한 게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아베의 일방주의적 행보는 이뿐이 아니다. 평화헌법 수정, 태평양전쟁 원흉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이나 위안부 피해자 전면부정, 교과서 왜곡 등을 거듭해왔다.
아베의 이런 행동은 주변국과의 과거사 갈등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 복원과 상처 치유 측면에서라기보다 물질적 채권·채무 관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본계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밀켄 컨퍼런스'를 통해 "아베가 위안부 강제동원과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멍청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아베는 이날 인터뷰에서 "(화해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진심 어린 사죄만이 진정한 대화와 화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