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진행된 구리 갈매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C1블록 매각입찰에는 대형 건설사와 시행사 등 무려 120개 업체가 몰렸다. 1,254억원으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지만 지구 내 3필지뿐인 민영아파트 용지 중 하나라는 희소성 때문에 뜨거운 부지확보전이 펼쳐졌다. 결국 이 땅은 추첨을 통해 중견 시행사인 디에스네트웍스가 가져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어느 정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은 업체가 몰릴 줄은 몰랐다"며 "입찰업체 중 상당수는 별도의 시공조직을 갖추지 않은 순수 시행사였다"고 전했다.
올 들어 분양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땅을 앞다퉈 사들이는 가운데 한동안 숨을 고르던 시행사(디벨로퍼)들이 토지확보 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H가 올 1·4분기에 매각한 공동주택용지 29필지의 절반이 넘는 16필지를 시행사들이 사들였다.
시행업계의 맏형격인 ㈜신영은 지난 1월 천안 불당동 아산 탕정지구 주상복합 용지를 매입했고 화이트코리아는 광명역세권의 주상복합 용지를 1,016억원에 사들였다. 제이에스글로벌과 저스트원도 대전 관저5지구와 아산 탕정지구 내 아파트 용지를 각각 752억원과 548억원에 매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택지지구 용지는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해왔다. 기존 사업에 발이 묶인 시행사를 대신해 중흥건설·반도건설·우미건설·호반건설·㈜부영 등이 탄탄한 재무구조와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택지지구 내 아파트 용지를 사들이면서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디벨로퍼들이 다시 택지매입 경쟁에 가세해 최근 입찰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신서혁신도시에서 공급된 3-3블록은 경쟁률이 무려 334대1에 달했다. 인근 3-2블록도 경쟁률이 318대1이나 됐다. 강릉 유천지구와 평택 소사벌에서도 각각 122대1과 1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행사들이 아파트 용지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전셋값 급등으로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이 늘고 정부의 저리 정책자금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신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 청약접수가 진행된 전국 9개 민영아파트 중 6개 단지가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서 공급된 '중흥S클래스 센트럴'은 334가구 모집에 3,998명이 접수, 최고 6.89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고, 동탄2신도시 '경남아너스빌'은 최고 23.2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 주택공급을 주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사업 규모를 크게 축소했던 시행사들은 지난해부터 분양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영은 올해 천안 불당동 아산탕정지구에서 2차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엠디엠은 오는 5월 서울 세곡동 세곡2지구에서 4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는데 이어 9월에는 위례신도시에서 주상복합아파트(315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달 28일 부산 광복동과 창선동에 복합쇼핑공간인 '와파몰'과 비즈니스호텔 '호텔 아벤트리 부산'을 동시에 오픈한 AM플러스자산개발은 수도권에서 백화점·쇼핑몰·아파트로 구성된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는 물론 시행사들이 토지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사업성이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용지 매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수도권에는 좋은 입지의 택지가 더 이상 나올 곳이 없어 대구나 부산 등 지방 도시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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