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일쇼크를 계기로 절전을 유도하면서 서민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에 징벌적 누진요금을 물려왔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12단계로 차등화한 적도 있지만 2004년부터 100㎾h 간격으로 6단계 누진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탓에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요금이 2~3배로 뛰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저·최고구간의 요금격차가 11.7배로 일본 1.4배(3단계), 미국 1.1배(2단계) 등에 비해 지나친 것이 사실이다. 정부 여당과 한국전력이 누진구간과 요금격차를 2~4단계, 4~8배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그동안 누진요금 체계 변경을 전기요금 현실화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사용량이 100㎾h 미만인 1단계 구간의 요금은 원가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아닌 1~2인 가구에까지 원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요금할인이나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의 반발이다. 지난해 중산층 논란과 함께 원점으로 회귀한 세제개편안처럼 섣부른 누진요금 체계 개편 추진은 자칫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앞서 논의됐던 2~3단계로의 누진 구간 개편안은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의 부담만 덜어주고 전기 소비량을 늘릴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산층의 요금인상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역풍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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